[초보자 튜토리얼] 7. 끝으로 당부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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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 튜토리얼] 7. 끝으로 당부의 말씀
댓글 13 조회   6990

안녕하세요 운영자입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자분들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시는거 같아 키보드를 잡았는데 어느새 마지막편까지 쓰게 되었네요.

말주변도 별로 없는 제 글을 끝까지 읽느라 고생하신 여러분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여러분은 이제 노가다에서 필요한 "건설업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취득하셨고

일자리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을거고,

어느 현장, 어느 공정으로 가셔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숙소생활에 대한 것과, 실제로 현장에서 어떤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일을 그만두는 방법까지

전체적인 숙노생활 한바퀴를 글로나마 보셨을텐데요

이정도만 알고 시작하셔도, 현장에 나가셔서 일 하시는데는 지장이 없을거라 판단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겁니다.

잠시 알바를 하러 온 대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각자 다른 사정으로 왔겠지만, 대부분 좋지 못한 사정으로 인해서 왔을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노가다가 돈은 좀 되지만 육체적인 강도나 사회적인 인식이 좋지 못한 직업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찾기도 힘든 숙커를 굳이 찾아 오셨다는것은

사업의 실패나, 시험의 불합격, 코로나 여파에 의한 기타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오셨겠죠

숙식노가다를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는 다들 다르겠지만

누군가는 다시 일어서기 위한 목돈을 모으기 위해,

누군가는 직업을 노가다 기술직으로 변경하기 위해,

누군가는 빚을 갚기 위해, 또 누군가는 당장의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처음 시작할때 계획을 세우고 오셨을겁니다.

다들 시작할때의 목표는 거창하셨을텐데

실제 일을 하면서 본 분들의 모습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서 왔다면서 월급날만 되면 유흥으로 빠지시는분,

밤을 새워 카드치느라 툭하면 현장 제끼시는분(물론 추방당하셨습니다.)

전기기사 자격증 취득하겠다고 비싼 인강 끊어 놓고, 노트북도 새로 사셨으면서 매일 게임만 하시는분

다들 처음 내려올때는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고 단단히 각오하고 오셨을텐데

시간이 좀 흐르니 초심을 잊고 되는대로 살아가더군요

어쩌면 이건 여러분에게 하는 말이면서, 저에게 하는 말일수도 있습니다.

저도 근 반년을 넘게 초심을 잊고 살다 뒤늦게서야 다시 초심을 떠올리게 되었거든요

잠시 제 인생사 이야기를 해보자면

지금은 조공으로 삼성현장을 배회하지만, 지난 인생을 돌이켜 보면 꽤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아둥바둥 수능봐서 대학교도 나오고, 대기업은 아니지만 알만한 분들은 아는 회사에서 일도 했습니다.

그러다 인생에 파도가 많아서 7년전에 조선소를 시작으로 노가다를 시작했습니다.

타일,조적,마루,목공 같은 인테리어 현장에서도 일을 많이 했고

인테리어 한 분야에서는 기공소리 들으며 1-2년간 일도 했었네요

그렇게 노력해서 노가다하며 모은돈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이라 말하기에도 민망할정도로 작은 규모였지만

저와 제 가족을 건사하는데는 충분한 수익도 나왔었죠

그러다가 잘못된 악연을 만나 제 사업은 무너지게 되고

다행스럽게도 이것저것 정리했더니 빚은 없었지만

반년가량을 술독에 빠져 폐인처럼 지내게 됩니다.

믿었던 사람에게서의 배신과 스스로의 한계에 좌절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어쩔수 없이 살아가야 하니 폐인생활을 끝내고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죠

원래는 전에 하던 노가다를 하려했지만, 정권이 바뀌며 초반에 건설업이 작살나고

아귀다툼으로 바뀌어 버린 건설생태계를, 한동안 떠나있던 제가 감당하지 못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 현장 들어가서 돈을 모아서 다시 일어서자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시작한 일이 숙식노가다 였습니다.

화성 18라인이 시작이었죠.

처음 숙식노가다를 시작하며 제가 느낀 감정은 놀라움 이었습니다.

조공인데 돈을 이만큼이나 준다고? = 제가 외부에서 아예 처음 일을 배울때 일당 8만원 받았습니다.

월급이 밀리면 원청에서 준다고? = 기공으로 일할때는 돈받으러 사무실 쫒아다니는게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숙식을 팀장이 해결해주고, 출퇴근 까지 알아서 시켜주는 것에 많이 놀랐었죠

이걸 내가 왜 이제서야 알게되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월급날만 되면 꼬박꼬박 300만원 이상의 적지 않은 돈이 통장으로 들어오게 되고

저도 그렇게 지금 상황에 안주하게 됩니다.

도박을 좋아하지는 않았기에 주로 술을 마시거나, 게임에 현질을 많이 했죠

술과 게임이 유일한 낙인것처럼 몇달을 살게 됩니다.

월급을 거의 탕진하면서 오늘만 살아갔죠.

저도 분명히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굳센 의지로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러다가 화성일이 거의 끝나가게 되었고

저는 고덕을 내려가게 됩니다.

고덕에서의 생활은, 지금 고덕 계신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저에게는 지옥이었습니다.

당시 숙소가 동삭동이었는데, 새벽 4시 15분에 기상해서

숙소에 오면 주간이었음에도 7시가 넘었습니다.

그렇게 2주 가량의 고덕 생활을 하다가 도저히 안될것 같아서 밴드에서 구인글을 찾다 보니

화성은 끝물이라 일자리가 없고, 거의 전부가 고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탕정 구인글을 보게 되어 탕정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저는 곧바로 짐을 싸서 탕정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제가 탕정에 처음 내려올때는 8라인도 없었고, A2,A3 구인글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그나마 괜찮다고 찾은곳이 단가 13에 출퇴+1만 이었습니다.

공수도 어느정도 나오는 곳이었죠.

그래서 전 내려간 첫날 바로 집을 구하고 약간의 대기시간을 거친 후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몇주를 일하다가 팀이 터져버리게 됩니다. 팀장과 기공들의 대립때문이었죠

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낙동강 오리알이 신세가 됩니다.

갑작스러운 퇴사에 부랴부랴 구인글을 찾았지만, 너무 낮은단가에 겨울이라 공수도 안나왔기에

어쩔수 없이 3-4달간의 강제 백수생활이 시작됩니다.

밤마다 술을 마시고, 낮에는 게임을 하고 틈틈히 밴드를 들여다 보는것이 일과가 되었죠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밴드에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새글 피드로 한번에 모든 밴드의 구인구직글은 볼수 있었지만

당시 제가 가입한 밴드가 50개정도 되었는데,

한사람이 30개의 밴드에 구인글을 올리면,

저는 같은글이 30개가 뜨고 또 수많은 광고글때문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죠

글 하나 보고 스크롤 계속 내리고, 또 글 하나 보고 스크롤 계속 내리고

스크롤 내리다가 구인글 놓치는게 반복되니까 짜증이 많이 나더군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같은 짓을 반복하다가

결국 저는 제가 쓰기 위해서 게시판 하나를 만들게 됩니다.

그게 지금의 숙커 구인구직 게시판입니다.

컴공을 나왔지만, 전공이 웹이 아니었던 저는 학부시절 프로젝트 했던 기억과,

구글링을 하며 우여곡절끝에 결국 어설프게나마 만들었습니다.

일단 백수라서 시간도 많았고, 마침 하던 게임에 질리기도 했고,

오랜만에 프로그래밍 하니 재미도 있어서 계속 하다보니 결국은 만들게 되더군요

그렇게 만들어서 쓰다가, 그때 당시 제가 숙커방, 구인구직방이 아닌 다른 100명 규모의 숙노방 방장이었는데

그 방 사람들에게 공유해주었습니다.

그 전에 사업할때 가지고 있던 호스팅도 있었기에 추가로 돈이 들어가지는 않았으니까요.

어쨋든 몇달간의 백수생활을 끝내고 8라인이 열려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일을 하면서 숙커에 신경을 끄고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전 일을 구했으니까요

가끔 들어가서 더 괜찮은 조건 없는지만 봤던거 같네요

그러면서 놀랐던게,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로 SEO작업이나 검색엔진에 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죠.

질문 쪽지도 많이 받았습니다.

솔직히 귀찮았지만 일 시작할때의 막막함과 간절함이 느껴져서 도저히 답장을 안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8라인에서 일 시작하고부터 신경도 안쓰던 숙커에

퇴근 후 들어가서 쪽지함 부터 열어서 답장하는게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오픈채팅 숙커방과 구인구직방을 만들게 됩니다.

야간을 하게 되면서 매일매일 쪽지에 답장 드리는게 힘들어졌거든요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면 제가 답변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답변을 해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숙커방이 생기고 그 곳에서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숙커에서 일자리 구해서 잘 다니고 있다고...

노가다 하며 몇년간 모은 돈을 사업으로 전부 날려버리고,

숙노를 시작해서 매일매일 술과 게임만 하던 제가 다른분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게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부끄러웠습니다.

남들은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걸까...

많은 생각끝에 내린 결론은, 초심을 기억하고 다시 일어서서 떳떳해지자 였습니다.

게임도 줄이고, 술도 줄이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하되, 현질은 하지 않고, 술은 마시되 집에서 먹기 시작하니 저절로 조금씩 잔고가 불어나더군요

그 전까지 일을 했음에도 하루살이 거지신세였는데 말이죠.

그렇게 저는 초심을 잊지 않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저는 앞으로도 초심을 잊지 않고 기억해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제가 겪어봤기 때문에 여러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반년이 넘는 시간을 제자리에서 방황했지만

여러분은 원하시는것을 이룰때까지 시간낭비 없이 나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처음에 계획했던것을 잊는다면 시간만 흐를뿐 계속 같은 자리입니다.

제발 여러분은 처음에 세웠던 목표, 계획을 잊지 않고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로운 숙식노가다 생활 옆에서 함께 의지하며 걸어갈수 있는 숙커가 되겠습니다.

숙커 운영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게시판에서 운영자님의 다른 글
댓글 총 13
노가다입문자 2020.10.12 05:36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고지끼 2020.10.12 08:58  
공감이 가는 글 ......  너무 감사합니다
수향 2020.10.12 12:41  
감사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숙노일발장전 2020.10.13 18:03  
정말 감사 합니다
돈뮈새 2020.10.26 14:18  
감동이네요..
바람살 2020.10.31 03:58  
방장님 덕분에 좋은 정보 얻어갑니다.
개후 2021.01.10 12:28  
와...초심ㅜㅜ
클레버 2021.03.14 10:54  
감사합니다.
숙노 생활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muke 2021.05.10 21:48  
대단하십니다.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분명히 복을 받으실겁니다.
dhfqkfmsdnwn 2021.12.20 00:33  
감사합니다
불량고매 2022.01.09 18:07  
멋지십니다. 저도 정보가 없어서 힘들었는데 덕분에 좋은 정보를 알수 있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cyhill 2022.09.20 18:31  
공감가는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ㅎ
조공마스터 2023.10.19 04:14  
진심 섞인 말씀과 그 안에 녹아있는 운영자님의 삶이 제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 숙커를 만드신 능력도 저는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이런 실행력이 제가 배워야할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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